새벽의 바람은 사람보다 먼저 일어나 있었습니다. 텐트 천을 흔들고, 마른 풀잎을 지나고, 먼 산의 어두운 윤곽을 조금씩 밝히며 하루를 열었습니다.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앉아 있었습니다.
절집의 아침은 종소리로 시작되는 날이 많지만, 길 위의 아침은 바람이 먼저 예불을 올립니다.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소리가 아니라, 아무도 듣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소리입니다.
그 바람 속에서 배낭을 정리했습니다.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적고, 내려놓지 못한 것은 생각보다 많습니다. 오늘도 길은 그 둘을 구별하는 법을 천천히 가르쳐 줄 것입니다.